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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보수동  책방 골목에서 한 질씩 사 온 위인전기나 세계명작, 동화책 시리즈 같은 것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동화책의 경우 정주상 님의 '경재와 하모니카'를 비롯하여 김향 님의 '눈은 작게 코는 크게' 같은 것들이 특별히 기억에 남는데, 나중에 그 유명한 권정생 님의 '강아지똥'이 유명세를 탔을 때 그 동화도 같이 떠올랐다.
그런데 기억이란 게 요망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내 기억은 정확한데 실제로 그랬는지 확실치 않지만, 내가 봤던 '강아지똥'은 그 당시 '강아지똥'으로 등장하지 않았고 흰둥이인지 누덩이인지 하는 강아지가 담벼락에 똥을 눈 게 아니라 지나가는 달구지 같은 것으로부터 떨어진 작은 퇴비 조각의 이야기였다. 퇴비조각을 주워 먹으려던 새들이 '툇!' 뱉아버리고 투덜대며 떠나버리고 자괴감에 빠져 있는데 민들레씨가 하나 날아와서 '내가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네가 제일 중요하고 고마운 존재'라고 얘기해서 봄비에 온 몸을 녹여 땅에 스미고 민들레씨는 싹을 올리고 꽃을 피운다는 뭐 그런 얘기였다.
저작권 개념이 약하던 그 당시(...생각해보니 지금도 저작권은 개념만 있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건 비슷하구나) 누군가 권정생 님의 동화를 배껴서 아이템만 다르게 쓴 것인지, 아니면 동화 '강아지똥'도 처음부터 이렇게 사람들에게 널리 읽힐 수 있게 예쁘고 세련된 형태가 아니었고 퇴비 조각인지 두엄 조각인지 뭐 그걸로 시작했다가 윤문과 각색을 거치면서 서서히 완성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슬프게도 이에 대한 어떠한 근거도 기록도 아직 찾지를 못 했으니...
종로 헌책방 골목이라도 뒤져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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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모모코♥
적당히 나이를 먹고, 연애 경험이 3회 이상을 넘어가면 - 아, 물론 여기서 말하는 연애는 제대로 된 연애를 말한다. 기승전결을 다 찍어주시는 그런 연애 - 어지간한 병신 연애에는 빠지지 않을 정도로 감정 회로가 작동하게 된다. 아, 지금 기, 승 까지 진행된 패턴을 보건데 이 연애는 제 살 깎아먹기 수준의 연애로 전, 결을 이어 나갈 확률이 높아, 라고 몸과 마음이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훈을 얻기 위해서, 또는 실낱같은 희망을 붙들려고 그 연애를 이어나갈 수도 있고, 머리를 차갑게 하며 어떻게든 빠져 나와서 눈물 한 바가지 쯤 흘리고 멘탈붕괴 상태에서 급여의 몇 배에 해당하는 돈을 백화점 1층으로 갖다 나르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극복할 수도 있다.
그런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연애 그 자체가 우리에게 주는 순기능에 대해서는 무시하기 어렵다.
사랑에 빠진 여인은 아름다워지기 마련.
연애의 일부가 사랑일 경우도 있고 사랑의 일부가 연애이기도 하지만, '사귈 만하니까 아쉬운대로 나 좋다는 인간이랑 사귀는' 가짜 연애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연애는 사랑과 교차하는 부분이 있다. 그 사랑의 조각들이 우리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다. 누군가가 나를 사랑하고, 누군가를 정기적으로 만나고, 누군가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누군가를 위해 나를 변화시키고 싶어한다. 고무찰흙을 빚고 돌덩어리를 깎아내듯이, 나는 또 무언가가, 누군가가 되어간다.

그래서 말인데, 새해엔, 연애하세요.

오늘은 날씨가 좋다든가, 이번 주말에 좋은 영화가 개봉한다든가, 요새 뜨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뭐라든가....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을 것만 같은 수많은 것들이 나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행동을 이끌어내고, 그 자체로서 기분이 좋아졌다 우울해졌다 하면서 허공을 향해 초점을 잃은 눈빛을 던지고 있는 당신의 표정을 보고 싶어. 병신같은 연애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어찌되었든 연애가 당신에게 주는 순기능이 있으니까.
적어도, '그 누구도 개의치 않아도 되는 혼자'의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그에 비례해서 늘어나는 자괴감 또는 자의식과잉이 더 이상 자신을 아름답지 못하게 만드는 걸 멈추게 해. 병신 연애를 막기 위해 당신이 작동시키고 있는 그 수많은 방어기제 때문에 당신은 뾰족하고 시시하고 예민하고 재미없어.
이러지 마요.

연애의 신이 그대들을 구원하길. 우리, 빨리 더블데이트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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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모모코♥
술을 좀 마신 후에 발동하는 남자친구님의 좋지 않은 버릇 중 하나는 안주 먹부림이다. 다 먹지도 못할 양의 안주를 시키고 대충 퍼묵퍼묵하는 것인데, 얼마 전에는 쌈밥이 그 희생양이 되었다. 잔뜩 마시고 집에 돌아와 그럭저럭 마시려는 찰나 그가 전화기를 꺼내 쌈밥집에 배달을 시킨 것이다.
사실 그는 쌈밥을 좋아한다기 보다는 제육볶음을 좋아하는데, 그 날 배달을 시킨 집이 평소 제육을 맛있게 해서 배달해준 집이라 쌈야채를 좋아하는 내 기분도 생각할 겸 그렇게 시킨 것인데, 배도 부르고 시간도 늦고 술도 오른 나는 잠이 들어 버리고 말았다. 그는 배달 온 쌈밥을 쓸쓸히 냉장고에 쟁여놓고 잤다.
아침에 일어나서 꺼내 본 쌈밥의 양은 대단했다. 밥 두 개, 2인분을 훌쩍 넘기는 제육볶음, 쌈채소와 마늘과 고추, 고추장과 쌈장, 기타 밑반찬이 일일이 팩으로 포장해 스티로폼 용기에 담겨 있었다.

술김에 한 번에 다 먹을 수는 있지만, 그럴 만한 상황이 조만간 발생할 확률이 적어서 약간 고민을 하다가, 알뜰하게 해결이 되었다.

제육은 세 끼에 걸쳐서 살짝 프라이팬에 볶거나 전자렌지에 데워 먹었다. 처음 제육을 볶아 먹던 날 쌈채소 두 팩 중에서 큰 쪽을 꺼내 차가운 물에 헹궈서 같이 쌈을 싸 먹었다.
김치를 비롯한 밑반찬은 다른 끼니에서 곁들여서 해결했다.
쌈장과 나머지 한 팩의 쌈채소는 오늘 아침 항정살을 구워 먹으면서 해결했고, 마늘과 고추는 가늘게 썰어서 국이나 찌개 끓일 때 쓰도록 냉동했다.
고추장은 종이책_피북이가 놀러와 떡볶이를 만들어 주던 날에 떡볶이 양념으로 사용했다.

뭐 하나 버려서 내보내는 게 없네. :)
하기사 나는 족발을 주문해도 딸려 오는 부추무침을 넉넉히 달라고 한 다음 오자마자 일부를 반찬통에 덜기도 하고, 심지어 새우젓은 잘 보관했다가 콩나물 무칠 때 쓴다. 오효효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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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모모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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