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지난 늦봄부터 시작해온 일이 있어요. 이 글은, 그걸 '함께 할' 친구를 찾기 위한 거에요.
그러니, 자신의 시간, 마음의 한 켠, 약간의 여유, 그리고 상처를 함께 공유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분들은, 가볍게 이걸 무시해도 좋아요.
이런 사람들이 제법 많을 거라고 믿어요.
당신은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해요. 어느 대학을 다니거나, 나왔는지 말하면 사람들이 알아주고, 부모님은 나름대로 성공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계신 분들인데다가, 당신 역시 좋은 직장을 다니고 있어요.
먹고 살고, 취미생활 하고, 연애나 부부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문제는 없어요. 앞으로 당신의 미래 또한 꽤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보험도, 연금도 충분히 들고 있고, 부동산도 없다고 할 순 없어요.
일요일에 충실히 교회를 다니기도 할 것이고, 부모님은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을 지지해요.
그리고 당신의 집은 조선일보나 중앙일보를 보아 왔겠죠. 서재엔 이문열과 이원복 교수 책이 꽂혀 있을 거고요.
요컨데 성공한 집안의 성공적인 그림의 일부가 아닐까 해요.
그리고 당신은 최근 내적갈등을 겪고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늘 지지하고 믿고 이상적이라고 꿈꾸어 왔던 것들이, 이번 정권이 들어서면서 조금씩 무너진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요.
아무리 그래도 1번이라고 손으로 적은 어뢰가 북한의 것이라 주장하는 건 좀 뻥 같애요. 하지만 막연히 북한이 한 거라는 정부의 발표를 믿고 싶긴 한데, 그런 얘길 했다가 아버지가 너무 화를 내서 머쓱해졌어요. 이번 총리 내정자 장관 내정자 등등을 보니까 그래도 그렇지 저건 너무 심했다, 싶긴 해요. 노무현을 좋아한 적은 거의 없고 이회창씨에게 투표했었지만, 그래도 죽은 사람에 대해 뭐라 말하는 건 너무하지 않나, 라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은 임명되었네요. 의아했어요.
그래서 눈 딱 감고 이번 선거에서 한명숙이나 유시민에게 한 표를 주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 사실은 엄마에게도 차마 말하지 못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노회찬씨가 말한 대로 직장을 때려치우고 나와서 사회적으로 진보적인 활동을 하긴 싫어요. 그럼 소소하게 봉사활동이라도 주말에 나가 보고 싶은데, 어떤 곳은 종교 색체가 강하고, 어떤 곳은 힘들 것 같아서 망설여져요. 봉사를 가게 되면, 내가 샤넬 백팩을 매고 봉사를 가는 게 나쁜 짓인지, 그래도 봉사니까 괜찮은 건지, 뭐 그런 쓸데없이 사소한 것들이 마음에 걸려요.
솔직히 진보단체에 나가고 싶지 않은 건, 훈장질과 찌질함이 짜증나서죠. 사회 부적응자와 루저들이 모여서 악다구니 치면서 '투쟁'이니 '동지'니 이런 말을 주워 섬기면 그냥 예의바르게 듣고 있다가 집에 돌아와 다시는 그런 곳에 가지 않았어요.
그래도, 나는 혜택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세상이 좀 더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사는 곳이 된다면, 좋지 않을까, 막연히 느끼고 있고, 물론 지금 당신 자신은 충분히 이루고 만족하고 살고 있지만, 그래도 세상에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게 내가 좀 덜 스트레스 받는 길이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이대로 지내다간 내적 갈등이 심해져서 갑갑증도 느낄 것 같고, 뭔가 살풀이를 하고 싶고, 난생 처음으로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는지 쓸데없이 돌아보게도 되어요.
그래서, 나는, 우리는, 친구들을 만나서, 그런 얘길 하고 싶어졌어요.
우리는 처음엔 뭔가 대단한 강연이나 스터디 그룹을 짜고 싶었는데, 사실 그러기엔 우리는 너무 어설프고 아는 게 없어서, 결론은 매주 토요일에 모여서 가볍게 맥주로 낮술을 마시거나 차를 마시는 모임이 되었어요. '불편해도 괜찮아'라든가 '울기엔 좀 어설픈' 같은, 말랑말랑하기 짝이 없는 책들을 읽으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어요. 회사에서 이번에 M&A를 하는 것이라든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보너스 차등 지급이라든가, 이런 생활 속의 이야기들 안에서, '좋은 세상 만들기'의 관점을 집어넣어 보기도 해요. 하지만, 제일 큰 건, 그냥 친구들을 만나서 내 고민을 이야기 하는 거에요.
나 혼자 고민하면 머리 깨질 것 같고, 자기 정당화의 주화입마에 빠질 것 같으면, 혼자 그러지 말고 같이 얘기를 하고 싶어요.
지금은 대략 5~7명 정도가 거의 매주 토요일 정오에 만나 브런치와 대화를 함께 하고 있어요. 그런데 뉴페이스가 있으면 좋을 것도 같고, 또..에.. 우리가 해 보니까 좋더라고요. 스트레스도 풀리고 새로운 것도 알게 되고, 결정적으로 친구도 생기고. 더 많은 사람이, '해 보니 좋더라'고 느끼면 신이 날 것 같네요.
뭔가 단체에서 활동하거나 정당에 속해서 간부 같은 걸 하는 분들 입장에선 너무 어설프고 나이브해 보일 거에요. 하지만, 우리는 우리 삶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해 보니,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같이 하고 싶은 분들은 저에게 연락을 주세요. 관심 없으면 말고요.
난, 쿨하고 싶어요. 찌질하게 '꼭 나오라'고 끊임없이 문자질 하는 건 딱 질색. 와서 잔소리 하거나 비꼬거나 비웃을 분들도 거절. 생각해봐요. 6월부터 (거의)매주 토요일에 자신들의 시간과 공간과 여유와 상처와 지식을 나눠왔어요. 당신들의 잔소리에 포함될 정도의 고민은 애저녁에 다 거쳤어요.
비밀덧글, 트위터에서는 DM으로.
일주일 내내 이건 이따금씩 트위터에서 재공지를 거듭할 생각이에요. 잊을 만 하면 한번씩.
친구를 찾습니다.
새언니와 오빠가 신혼여행에서 사 온 것이었는데, 상당히 인기가 많고 가격도 만만찮다고만 알고 있다.
대략 이렇게 생긴 아이다.
나는 뭐, 아이쉐도우는 핑크를 하지 않으니까(아니 아예 거의 하질 않으니까) 그냥 이 아이를 양 볼에만 하이라이트처럼 사용을 했다. 그런데 쓰면 어쩐지 피부가 도자기처럼 반짝반짝해져서, 기분이 좋아지고 어쩐지 '화장을 했구나!!!'라는 느낌이 든다. 성의가 보인달까.
그런데 오늘, 회사에서 휴직을 하고 떠나는 선배님께서 가면서 버리고 갈 생각을 한 회사에 쌓아둔 악세서리와 화장품을 준대서 갔다가 또 하이라이터 비슷한 걸 득템했다. 맥 미네랄라이즈 스킨피니시(MAC Mineralize Skin Finish - Soft and Gentle)라는 아이다.
뭐 이런 아인데, 보기엔 매우 갈색이지만, 실제로 방금 써 봤더니 얘기가 달라진다.
일단 커다란 붓으로 양 볼과 이마, 코 정도를 마무리 하듯이 쓸어줬는데, 몹시 반짝반짝한 것이 굉장히 피부가 깨끗해 보였다. 이 쯤 되면 뿌듯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최근에 이렇게 '화장을 했구나!!' 라는 인상을 주는 아이템을 몇 개 사용하면서 느낀 건데, 아, 그 동안 내가 이따금 와~! 하면서 봤던 아가씨들이 이렇게 한 거구나, 라는 기분이 든다. 또렷한 눈매, 매끈한 피부, 잡티 없는 눈가, 돋보이는 오똑한 코, 깔끔한 립라인. 이런 것들이 사실은 어느 정도의 화장으로 충분히 가능한 것이었다.
내가 사소한 성형으로 인해 달라짐을 느끼듯이, 화장도 그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솔까말 나도 사실은 외모 컴플렉스를 가질 얼굴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나름 회사에서는 '숨은 미인'으로 통하기도 했었는데, 희한하게 눈에 띄고(그건 걸음걸이가 이상해서지만) 의외로 인상이 좋다-_-(성격이 나쁜 것 치고는)는 소릴 들은 건 사실이다. 그러니까 못난이 코스프레는 그만하고 나도 자존감을 더 높여야 겠다는 생각이 요새 물씬 든다. 자존감도 늘고 화장이랑 헤어도 신경쓰면 되지 않나.
게다가 최근에 남자친구님 말로는 '성형 보다는 화장법과 헤어스타일의 영향을 더 받는 것 같다'고 하는데, 아닌 게 아니라, 지난 번 성형 때 보다 이번에 가르마 위치 바꾼 것에 더 많은 사람들이 반응을 보였다. 무척 달라보인다고. 이게 말이나 되는가. 게다가 요새 화장을 신경써서 하니까 왤케 명함 주는 놈이라든가 데이트 하자는 놈들이 많은가. 역시 사람은 꾸미기 나름인 듯하다.
그럼 좀 본격적으로 꾸며볼까? 흐흐흐.. 월급도 올라서 요새 현금이 좀 남는데,
1. 핸드폰
소니엑스페리아 분실. orz
뭐, 다행스러운 건, 집에 공기계가 많고, 얼마전까지 usim을 꽂야서 쓰던 공기계가 있어서 주소록도 거의 다 살아있다는 것. 지난 4월 이후 변경된 번호들만 네이트온 문자메세지 주소록과 회사 전자명함에서 찾아내서 어떻게 처리했다.
간만에 애니콜을 쓰니까 낯설지만 역시 나는 디지털 인간은 아닌건지, 스마트폰을 제대로 활용 못하고 살았던 건지, 여튼 별 불편은 없다.
곧 회사에서 아이폰이 지급되니 차라리 잘 된것일지도. 무겁게 두 개 들고다닐 생각 했었는데.
2. 살림
엄마가 장례 일정 때문에 미국에 있어서, 3개월만에 엄마집에 강아지를 돌보러 들렀다. 간 김에 엄마 가게에서 장아찌와 김치, 야채 등을 듬뿍 얻었다.
내 여름이불은 엄마 집 대형 세탁기에 빨고, 엄마집에 있던 가을이불을 챙겼다. 미처 못 꺼내온 봄가을 원피스도 찾아냈다.
그 과정에서 강아지가 싸 놓은 변을 치우고 밥과 물을 넉넉히 준 다음 에어컨을 빵빵 켜놓고 이불이 다 세탁되기를 기다리면서 강아지와 한참 놀아주고 냉장고 속도 점검했다.
그런데,
늘 엄마가 나보다 살림에는 서툰 걸 알고 있었지만, 이번 냉장고 상황은 경악 그 자체였다. 삶은 옥수수 10여 개가 비닐이나 밀폐용기에 넣지 않은 채 냉장고에 그냥 누드상태로 들어있는데, 약간 상하거나 곧 상할 것 같았다. 게다가 이해가 안 가는 게, 한 입씩 깨물어먹은 자국이 있었다. 이건 뭐지? 애들처럼 이거 내 꺼! 하고 표시해놓은 건가?
모조리 꺼내서 비쩍 마른 그것들을 물에 헹구고 상한 것은 버린 다음, 그릇에 나란히 넣어 물을 살짝 끼얹고 전자렌지에 한 차례 돌려 다시 쫄깃하게 만들었다. 실온에 식혀서 몇 개씩 비닐팩에 넣어 냉동했다.
상한 반찬은 모조리 버리고 양념장 통도 정리를 끝낸 후 두 차례에 걸쳐 설거지를 하자 세탁기가 다 돌아간 소리가 들렸다. 널어놓고 챙긴 음식과 이불을 가지고 돌아왔다.
3. 잠
어쩐지 11시 정도에 잠이 들어 중간에 살풋 두어 번 깼고(한 번은 에어컨 켤려고, 한 번은 끌려고), 아침 8시까지 죽도록 잤다. 이 상태는 뭔가 놀라운 상태? 챙겨온 장아찌와 함께 아침밥 자알 먹어주시고.
확실히 내 건강의 원천은 식사량과 잠에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꾸준히 운동해야 하는데 이렇게 늦도록 자버리면 운동은 물 건너 가버린다. 내일은 꼭 해야지.
4. 건강 라이프
홍삼 100포를 주문했다. 어쩐지 뿌듯하다. 나눠서 집과 회사 냉장고에 넣어두고 아침에 공복에 하나씩 먹고 오후에 출출할 때 하나씩 먹고, 딱 좋다.
흑마늘엑기스와 청국장환도 잘 먹고 있다.
이제 곧 종합비타민이 다 떨어질 예정인데, 다음 번엔 뭔가 간에 좋은 걸 주문해서 먹어볼까 한다.
5. 친구
주말에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와 잠시 조우했다. 부담없음이 즐겁다.
어쩐지, 늘 변치 않아서 좋은 것보다는, 이렇게 '함께 나이를 먹어간다'는 기분이 더 기꺼울 때가 있다. 사람은 한 살에 한 살 만큼 나이를 정확히 먹어가진 않는다. 어쨌든 그와 우리는, 어느 순간 한 번에 나이를 먹은 듯하다.
재미있는 점은, 만나서 일순간 예전처럼 치기 어리게 굴어도, 적어도 예전처럼 무례하진 못하다는 것이다. 지킬 것은 지켜주고 지나친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을 더 좋아하다니, 나도 야금야금 변해간다. 내가 이런 나 자신을 사랑스럽고 기껍게 받아들여주려면 그래도 시간이 좀 더 걸릴 듯하다.


